[아버지 그림놀이] ㅍㄹㅅ (2014.7.18.)



  아이들 치과 진료를 받으려고 고흥집을 이레쯤 비운 사이, 누군가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서 ‘씨받이 상추’를 뽑아 갔다. 누구 짓일까? 누가 우리 집 ‘씨받이 상추’를 몰래 가져갔을까? 고흥집을 나서기 앞서 씨방이 차츰 여물기에, 고흥집으로 돌아오면 ‘사다 심는 상추씨’가 아닌 ‘씨를 받아 심는 상추씨’를 잔뜩 얻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떤 마을 이웃집에서 우리 상추씨를 몽땅 가져갔을까? 이 얘기를 들은 곁님이 나한테 그림을 그리라고 말한다. 우리 집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림을 그리라고 말한다. 그래, 우리 집에는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넋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만 찾아오도록 그림을 그려야겠구나. 맑게 웃고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집을 지키고, 우리 식구가 심은 나무가 우리 집을 감싸며, 구름과 무지개와 하늘과 흙과 꽃이 우리 집을 지킨다. “우리 집은 ㅍㄹㅅ이다.” 나한테 ‘ㅍㄹㅅ’은 “푸른 숲”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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