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3. 얼음과자 막대기
곧 사진잔치를 엽니다. 사진잔치를 앞두고 사진을 뽑아서 ‘사진판’을 한창 만듭니다. 사진틀 쓰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서 이제껏 사진틀은 거의 안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진잔치를 열 곳에서는 사진틀을 안 쓰면 느낌이 살아나기 어렵겠다고 느낍니다. 처음으로 사진틀을 만들자고 생각해 보는데, 살림돈이 아직 넉넉하지 않아 사진관에 맡기지 못합니다. 사진을 붙일 나무판을 알맞다 싶은 크기로 먼저 장만합니다. 나무풀을 장만해서 사진마다 뒤에 풀을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기로 합니다.
나무풀을 사진 뒤에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자면 나무막대기가 있으면 쓰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얼음과자를 먹고 싶다 해서 사 줄 적에 으레 나무막대기를 건사해 놓곤 했는데, 마침 이 나무막대기를 쓰려고 찾아보니 집에서 안 보입니다. 다 버렸을까요. 어디에 잘 모셨는데 못 볼 뿐일까요.
어떻게 풀을 발라야 하나 생각하다가 나무젓가락을 쓰기로 합니다. 나무젓가락은 뭉툭하니 풀을 바르기에 그리 알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무막대기가 없으니 이럭저럭 씁니다. 우리 집과 면소재지는 가깝지 않은데다가 보름 넘게 장마라 비가 그치지 않으니 자전거를 몰고 다녀오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 얼음과자 하나 사 주면 예쁘장한 나무막대기를 얻고, 이 나무막대기로 한결 수월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만, 퍽 어렵게 나무풀을 바릅니다.
사진잔치를 열 적에 사진틀을 만드는 길은 여럿입니다. 다른 일로 바쁘다면 사진관이나 액자집에 사진틀을 만들어 달라 맡길 수 있습니다. 다 만들어진 사진틀에 사진을 끼우거나 붙일 수 있습니다. 나무판을 스스로 장만해서 톱질을 한 뒤 쓸 수 있습니다. 틀을 손수 만들어서 사진을 붙이자면 품과 겨를이 꽤 많이 듭니다. 그러나 이때에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내 느낌을 오롯이 살릴 수 있습니다.
종이상자나 두꺼운종이에 사진을 붙여서 쓸 수 있습니다. 줄을 드리운 뒤 빨래집게로 사진을 집을 수 있습니다. 슈파핀으로 사진을 박을 수 있습니다. 사진첩에 사진을 붙인 뒤 사진첩을 놓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꼭 이런 모습을 찍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사진틀을 만들 적에 ‘꼭 이런 틀에 사진을 넣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손길로 빚는 사진틀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아이들은 빗길을 걷거나 달리면서 깔깔대고 노래합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