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잘 겨를



  곁님이 오늘부터 미국으로 람타공부를 하러 떠난다. 고흥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자면 많이 멀기에, 지난주부터 일산집에 가서 지냈다. 나는 월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고흥으로 돌아왔고, 아이들과 닷새째 보낸다. 지난해에는 곁님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석 달 동안 아이들과 지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한결 즐겁게 잘 지내겠다고 느끼기는 하는데, 곁님이 집에 없는 터라, 낮잠 잘 겨를이 없다. 집에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곁님이라 하더라도 집에 있기만 하더라도 여러모로 숨을 돌릴 겨를이 있었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작은아이는 놀다가 지치면 스스로 자리에 눕는다. 큰아이는 놀다가 고단해도 스스로 자리에 안 눕는다. 밥하고 청소하고 도서관 갈무리하고 글을 쓰고 우체국에 다녀오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니고, 글씨놀이와 그림놀이를 조금 하다가 드러눕는다.


  꾸물꾸물한 날씨가 얼른 지나가기를 빈다. 햇볕이 쨍쨍 나면서 골짜기나 바다로 나들이를 갈 수 있기를 빈다. 아이들이 실컷 물놀이를 하고 나서 새근새근 곯아떨어질 수 있기를 빈다. 오늘은 멧새도 우리 집에 몇 마리 안 찾아온다. 조용한 하루이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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