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 책읽기
봉숭아꽃은 어디에서나 본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아주 쉽게 본다. 도시에서는 흙이 거의 없지만, 봉숭아씨는 조그마한 틈바구니를 찾아서 깃들고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줄기를 올려 예쁘게 꽃송이를 피우곤 한다.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밭자락에서 피어나는 온갖 봉숭아꽃을 바라본다. 울긋불긋 봉숭아꽃이 곱다. 봉숭아잎을 따서 잘 빻은 뒤 아이들 손가락에 얹어도 고운 물이 들고, 그저 물끄러미 봉숭아꽃을 바라보면서 눈망울에 꽃빛을 담아도 고운 숨결이 흐른다.
마음에 꽃빛을 담는 사람들은 꽃과 같은 넋으로 하루를 일군다. 마음에 잎빛을 담는 사람들은 잎과 같은 얼로 하루를 짓는다. 마음에 나무빛을 담는 사람들은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가꾼다.
내 마음에는 어떤 빛이 스며들면 즐거울까. 나는 어떤 빛을 가슴에 담으면서 오늘 하루를 누리려 하는가. 오늘은 비가 멎을까. 오늘은 아이들과 자전거 나들이를 떠날 수 있을까.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