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꽃 보드라운 잎사귀


  보드랍지 않은 꽃잎이 있을까. 봉오리를 벌린 꽃잎을 만질 적에 보드랍지 않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지 싶다. 잎과 꽃은 사뭇 다른 결로 태어난다고 느낀다.

  콩은 갈래가 아주 많다. 그리고, 콩꽃도 가짓수가 참 많다. 콩마다 꽃이 다르고, 다 다른 콩마다 다 다른 빛으로 보드라운 잎사귀를 내놓는다. 콩을 심는 까닭은 콩꽃을 보려는 뜻이 아니라, 콩알을 얻으려는 뜻이다. 그렇지만, 콩알을 얻기 앞서 만나는 콩꽃은 여름날 무더위를 식힐 만큼 싱그러우면서 맑다. 예부터 콩을 심어 알을 얻던 사람들은 콩꽃을 누리고 콩잎을 함께 먹으면서 여름철에 싱그러우면서 맑은 숨결을 함께 받아들였겠다고 느낀다.

  손수 심어서 기르는 곡식과 열매란 얼마나 아름다울까.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씨앗을 심어서 곡식과 열매를 얻을 수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어른도 아이도 종이책을 손에 쥐기보다는 씨앗을 손에 쥐면 참으로 듬직하리라 느낀다. 어른도 아이도 학교에 다니기보다는 씨앗이 싹을 틔워 올리는 줄기를 바라보고 잎사귀를 쓰다듬다가 한 잎 톡 따서 냠냠 씹으면 더없이 튼튼한 몸과 마음이 되리라 느낀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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