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7.8.

 : 빗줄기 오락가락



- 빗줄기가 오락가락한다. 장마라고 해야 할까. 그냥 비가 오고 싶은 날씨라고 해야 할까. 비가 안 오는 날에 해가 쨍쨍 내리쬐지 않는다. 구름이 가득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구름이 가득하다. 언제나 구름이 가득하다. 해가 고개를 내미는 날이 얼마 안 된다. 해가 좋아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지내는데, 이렇게 해가 안 날 수 있으랴 싶도록 해를 보기 어렵다. 지난여름에는 너무 해만 쨍쨍 내리쬐더니, 올여름에는 너무 구름이 잔뜩 낀다. 왜 알맞게 섞이지 못할까. 왜 골고루 흐르는 날씨가 못 될까. 지난여름에는 이불이고 옷이고 말리기에 아주 좋았다. 올여름에는 이불이고 옷이고 말리기에 몹시 나쁘다. 도시에서는 어떻게 지낼까. 도시에서는 눅눅하거나 축축한 채 지낼까. 도시가스 난방을 돌리기만 하면 어려움이나 걱정이 없을까.


- 빗줄기가 그친다. 한동안 비가 안 내릴 듯하다. 우체국에 다녀와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마실을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자칫 비가 퍼붓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비가 퍼부어도 아이들은 재미난 자전거마실을 누릴 수 있지만, 오늘은 삼가자. 볕바른 날이 이어지다가 비가 한 차례 시원하게 쏟아진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빗길 자전거 나들이를 할 테지만, 내내 꾸무룩한 날씨인 만큼, 집에서 놀도록 하자.


- 바삐 우체국에 들러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빗줄기가 듣지 않는다. 고맙다. 아주 오랜만에 아이들을 안 데리고 혼자 자전거를 달리니, 자전거가 대단히 가볍다. 가파란 멧길을 거뜬히 올라갈 수 있겠다고까지 느낀다. 아이들을 늘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니니, 내 몸에 새로운 힘살이 붙는구나 싶다. 아이들이 어버이를 살린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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