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책방 걸상


  책방에 걸상이 있습니다. 책방지기가 앉아서 책손을 기다리는 걸상이 있습니다. 책손이 딛고 올라서서 높직한 책시렁에 꽂힌 책을 꺼내도록 돕는 걸상이 있습니다. 한참 책을 보던 책손이 다리를 쉬려고 앉는 걸상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방마실을 하는 어버이가 아이 다리를 쉬도록 해 줄 걸상이 있기도 합니다. 걸상이 없으면 책꾸러미에 살짝 걸터앉습니다. 책방 골마루에 주저앉습니다. 또는 씩씩하게 두 다리로 서서 책을 둘러봅니다.

  널찍한 책방이라면 군데군데 걸상이 있습니다. 널찍한 책방이지만 어디에도 걸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책방이기에 걸상 놓을 틈이 없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책방이지만 군데군데 조그마한 걸상을 놓습니다.

  그루터기가 걸상 구실을 합니다. 풀밭이 온통 걸상이요 앉을 자리 구실을 합니다. 나무를 잘라 몇 조각을 끼워맞추어 걸상이 됩니다. 나무를 베어 종이를 얻으면 책이 태어납니다. 나무 한 그루는 책이 되고, 걸상이 되며, 책꽂이가 됩니다. 나무 한 그루는 연필이 되고, 땔감이 되며, 기둥이 됩니다. 책방 걸상에 앉아 다리를 쉬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내 마음속에서 흐르는 빛은 어떤 숨결이 되어 어디로 퍼질 수 있을까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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