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2. 더 나은 곳은 꼭 있다
요즈음 여러모로 떠도는 사진을 볼 적마다 으레 고개를 갸우뚱하곤 합니다. 구도나 노출이나 작품성이나 예술성 같은 대목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빈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거나 움직이는 빛은 좀처럼 모르겠습니다. 중견이나 원로라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새내기이거나 나라밖에서 뛰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모양’을 잡고 ‘빛깔’을 맞추기는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엮거나 ‘빛’을 담지는 않는구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실마리는 쉽게 찾을 만합니다. 사진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처럼,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춤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도시와 문화와 문명과 예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와 학문과 이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꾸 잊는구나 싶어요. ‘대단한 것’을 잊거나 잃는 채, ‘안 대단한 것’을 대단하게 여긴다든지 ‘안 대단한 것’에 대단히 크게 얽매이는구나 싶어요.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를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내 어머니를 느낄 만한 곳이나 내 어머니가 지내는 곳이나 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 어머니만 있지 않아요. 너희 어머니가 있고 저분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웃 어머니와 지구별 어머니가 있어요. 하나하나 따진다면, 지구별 어디에나 어머니가 있으니, 지구별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를 찍는 사진’이 됩니다.
‘풍경’을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풍경을 느낄 만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풍경을 느끼면 될까요. 어떤 풍경을 담으면 될까요.
풍경은 스튜디오에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골목동네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내 마음속에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내가 살아가는 곳입니다. 더 나은 곳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나 스스로 사랑을 느끼면서 삶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진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단한 것’은 바로 우리 삶입니다. 우리 사랑이 대단합니다. 우리 넋이 대단합니다. 우리 마음과 꿈과 생각이 대단합니다.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무엇이 대단하고 무엇이 안 대단한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을 누리려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삶을 먼저 즐겁게 누리셔요. 이러면서 흐뭇하게 웃는 마음바탕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셔요. 이론은 안 배워도 되고, 유학은 안 가도 되며, 전시회는 안 열어도 돼요. 사진을 기쁘게 사랑하고 아름답게 껴안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