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80. 집으로 가는 길에 (2014.7.14.)
고양에서 순천으로 다섯 시간 십 분, 순천에서 고흥으로 한 시간, 고흥 읍내에서 마을 어귀로 이십 분, 모두 여섯 시간 삼십 분 동안 버스를 타고 시골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집으로 걸어간다. 읍내에서 마을로 오는 군내버스에는 마을 할배와 할매 한 분씩 타셨다. 산들보라가 앞장서서 걷는다. 마을 할배 뒤에 붙어서 걷는다. 누나가 동생 뒤에서 걷는다. 두 아이 모두 할배 걸음에 맞추어 마을회관을 스치면서 걷는다. 군내버스에서 내릴 무렵 저마다 제 가방을 챙겨서 멘다.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는 아이들 가방을 내가 챙겨서 들었으나, 고흥집에 닿을 무렵 아이들 가방을 아이들이 스스로 챙긴다.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아니 집으로 들어갈 적에는 너희 스스로 가방을 멘 차림새로 들어가겠다는 뜻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