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버스길 책읽기
시외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직 정안까지 멀다. 고단한 큰아이는 곯아떨어지고, 아침 늦게까지 잔 작은아이는 기운이 넘친다. 시외버스는 버스길로잘 달리다가 어느 때부터 버스길로 안 달린다. 왜 이렇게 갈까? 버스길을 보니 버스 아닌 자가용이 줄줄이 달린다. 왜 이렇게 달릴까?
나라 곳곳에 자전거길이 있으나 웬만한 자전거길은 자가용이나 짐차가 낮잠 자는 곳 구실을 한다. 더 헤아리면, 여느 거님길에 선 자가용과 오토바이가 참 많다. 사람이 걷거나 쉴 자리가 없이 자동차가 늘어난다. 늘어난 자동차는 어디이든 덥석 물어 버린다.
고운 넋으로 삶길을 밝히는 책이 있다. 책방은 언제나 고운 책으로 넉넉할 때에 빛나지 싶다. 그런데 오늘날 책방을 보면, 책방에 책 아닌 수험서와 참고서가 훨씬 많다. 오늘날 책방에서 책이란, 수험서와 참고서 옆에서 모양으로만 꾸미는 듯하다. 꼴을 갖춘 책도 책이라기보다 베스트셀러를 노리거나 자기계발로 기울어진다. 겉모습은 책이지만 막상 책이 아니기 일쑤이다.
책다운 책을 읽으면 공무원시험에 붙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책다운 책으로 마음을 닦으면 경쟁사회에서 늘 처지리라 느낀다. 책다운 책을 가까이하노라면 으레 자동차와 멀어질 테고 몸을 움직여 흙을 만지면서 숲을 껴안겠지. 권력자도 책과 등을 돌리지만 여느 사람들도 수수한 빛을 멀리한다.
숲이 사라지는 곳에서 책이 사라지고, 숲과 책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푸른 바람과 노래가 사라진다. 4347.7.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