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0. 찍을 만큼만 찍는다



  아이들과 함께 전철을 타고 나들이를 하는 길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옆에 앉습니다. 일산 대화역을 떠난 전철은 어느덧 바깥길을 달립니다. 숲이 나옵니다. 작은아이가 창가로 돌아앉아 푸른 빛을 바라봅니다.

  문득 내 입에서, 아, 하는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네 살 아이가 유리창에 코를 박는 모습이 애틋하도록 귀엽습니다. 나도 네 살 아이였을 적에 이렇게 귀여워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빙그레 웃음지었겠다 싶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린 내 모습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빛을 담았으리라 느낍니다. 나는 무릎에 얹은 사진기를 살며시 들어, 찰칵, 하고 찍습니다. 한 장 두 장 석 장 그저 즐거워 찍습니다. 찍을 만큼 신나게 찍은 뒤 아이와 함께 바깥을 내다봅니다.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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