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내음
새벽에 잠을 깬다. 큰아이가 뒹굴면서 내 허벅지에 제 허벅지를 척 올리더니 아버지를 안는다. 뒤척거리는구나 하고 느끼다가 곧 끄응 소리가 나고, 허벅지부터 땀이 송송 솟아 덥다. 팔을 뻗어 부채를 찾는다. 부채질을 하면서 큰아이 몸을 옆으로 살살 옮긴다. 큰아이한테 부채질을 해 준다. 한동안 부채질을 하다가 잠들다가 다시 깨다가 부채질을 하다가 천천히 일어난다. 새벽 네 시. 몸이 끈적끈적하다. 생각해 보니, 어제 아이들을 다 씻겼으나 막상 나 혼자 안 씻었다. 땀에 전 아이들 옷을 모두 빨았지만, 땀에 전 내 옷은 안 빨았다. 아이들이 개구지게 놀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지면 못 씻긴 채 재우기도 하는데, 외려 나 혼자 안 씻고 땀에 전 옷차림으로 곯아떨어졌다.
아이를 늘 안으면서 지내는 어버이라면 아이 못지않게 어버이도 잘 씻어야 한다. 아이를 늘 돌보면서 지내는 어버이라면 아이 못지않게 어버이도 잘 먹어야 한다.
새벽 여섯 시까지 글을 쓴다. 이러고 나서 씻는다. 민소매 웃옷을 빨래한다. 오늘 아이들은 언제쯤 일어날까. 그제는 여섯 시 즈음 일어났고, 어제는 여덟 시 즈음 일어났는데, 오늘은 몇 시쯤 눈을 뜰까.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나들이를 와서 개구지게 뛰노는 아이들이 넉넉히 자기를 빈다. 느긋하게 꿈나라를 누린 뒤, 오늘 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뛰놀 기운을 되찾기를 빈다. 여름에는 자주 씻고 씻기면서 땀내음을 훌훌 날려보내야겠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