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마실을 한다.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다. 길가에 있는 배전반이라고 하나, 어떤 설비 뚜껑에 그림이 하나 조그맣게 붙는다. 그림에는 글이 짤막하게 붙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면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가 풍선을 달고 떠오른다.
여러모로 뜻과 이야기가 깃든 그림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그림과 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사진을 한 장 찍어 남긴다.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가며 생각한다. 참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참을 바라보려 하는 사람이 있다. 거짓을 알아채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거짓을 알아채려 하는 사람이 있다. 신문과 방송과 책과 학교가 참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면, 참을 생각하지 않고 거짓을 참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어떠한 매체가 어떠한 소리를 내놓아도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참빛을 바라보면서 참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무척 많다.
가야 할 길은 하나이다. 바라보아야 할 곳은 하나이다. 살면서 아름답게 보듬을 길은 하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아갈 곳은 하나이다. 사람들은 안다.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 씩씩하게 움직인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