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로 살아라
정송희 만화 / 씨네21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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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50



오늘 이곳에서 누가 살아가는가

― 나대로 살아라

 정송희 글·그림

 씨네21북스 펴냄, 2013.12.31.



  정송희 님이 그린 만화책 《나대로 살아라》(씨네21북스,2013)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은 ‘소로, 스콧·헬렌, 타샤 튜더’ 네 사람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등학교 아이들 눈높이에서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책을 살펴서 읽으며 느낀 이야기를 간추리듯이 들려줍니다.


  그런데, 만화책을 넘기며 한 가지 궁금합니다. 정송희 님은 왜 굳이 이 네 사람을 골라서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그리고,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네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기 일쑤입니다. 정송희 님 나름대로 삭히면서 새로운 넋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네 사람 이야기를 네 사람이 쓴 책을 바탕으로 ‘만화대사를 꾸며 이야기를 엮는다’면, 굳이 이 만화책을 읽을 까닭은 없지 싶습니다. 애써 만화책으로 네 사람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만한 까닭을 만화로 담아야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 “에머슨은 가까운 친구였지만 소로를 잘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아.” “글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 것 같은데.” (51쪽)



  만화책 《나대로 살아라》에서 주인공은 고등학교 아이 둘입니다. 소로도, 스콧이나 헬렌도, 타샤 튜더도 주인공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아이 둘이 주인공이 되어,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려 합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아이 둘은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눈을 뜨면서 삶을 짓고 싶거든요. 고등학교 아이 둘은 스스로 삶을 다시 만나고 아름답게 가꾸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만화책은 ‘네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넘어서, 고등학교 아이 둘이 ‘네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마음과 품은 생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스콧은 깔끔하고 소박한 생활. 훌륭한 농장 운영. 차곡차곡 쌓은 땔감과 퇴비 더미. 반짝반짝 빛나는 연장들. 꼼꼼하게 정리된 노트. 정성 들여 읽기 쉽게 쓴 원고에서 예술가였어. 난 스콧이 생활 자체를 예술 작업처럼 하고 있다고 느꼈어. 스콧은 내 독특한 성격을 잘 배려해 줬어.’ (81쪽)

- ‘스콧은 생활 속으로 라디오가 끼어드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했어. 라디오는 기껏해야 뉴스 제목만 들을 정도로 사소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보았지. 우리는 운 좋게도 ‘소음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살아왔어. 저녁이나 낮이나 모두 조용했지. 아침 뉴스도 없었어.’ (96쪽)



  오늘 이곳에서 누가 살아가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오늘 이곳에서 고등학교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 되어 살아가는가 하고 되새깁니다. 입시지옥에서 홀가분한 고등학교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요. 자살로 중·고등학교를 마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대학교에 들어갔어도 마음을 못 놓는 아이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대학교에 못 들어간 탓에 마음이 찢어지는 아이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만화책 《나대로 살아라》는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 나라 푸름이한테 어떤 빛이 될 만한지 궁금합니다. 이 만화책이 모자라거나 아쉽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 만화책이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이 찬찬히 마음을 쏟아서 바라보아야 할 곳이 있으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 ‘나는 틈틈이 침실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에 ‘햇빛, 새소리, 눈송이, 나무’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이름을 새겼어.’ (99쪽)

- ‘나는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지.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하리라’’ (113∼114쪽)



  소로 님이 쓴 책은 언제 읽어도 아름답습니다. 스콧 님이나 헬렌 님이 쓴 책도, 타샤 튜더 님이 쓴 책도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이러한 책들로 나아가는 길동무가 되는 《나대로 살아라》도 여러모로 뜻이 있으리라 느껴요. 아름다운 길동무를 알려주는 책이 있어도 우리 삶은 한결 넉넉할 테니까요.


  그러면, 소로를 만난 고등학교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요. 스콧과 헬렌을 만난 고등학교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어떻게 가꾸는가요.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그저 ‘옛사람’한테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을 뿐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지식을 쌓기는 하지만, 무언가 달라지는 낌새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저 새로운 사람을 찾아나서기만 합니다. 생각이 자라거나 꿈을 키우거나 사랑을 노래하는 빛으로 흐르는 데까지 건드리지 못합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나대로 살아야지요. 쳇바퀴를 도는 삶이 아닌, 나대로 가꾸는 삶으로 나아가야지요. 도시 물질문명에 갇혀 허덕이는 삶이 아닌, 나대로 사랑하면서 보듬는 하루를 누려야지요.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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