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가 본 사람


  멋진 찻집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찻집이 참말 얼마나 멋진 줄. 멋진 숲에 마실을 다녀온 사람은 안다. 멋진 숲이 어느 만큼 멋진 줄. 멋진 이웃을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워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이웃이 그야말로 얼마나 멋진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책방을 안다. 책방을 안 가 본 사람은 책방을 모른다. 복숭아꽃을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안다. 복숭아꽃을 못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모른다. 스스로 보고, 느끼며, 마음에 담아, 생각을 기울일 때에 알 수 있다. 못 보면 못 느끼고, 못 느끼기에 마음에 못 담아, 마음에 못 담으니 생각을 기울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책방에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빈다.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책방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더라도, 스스로 아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책이라면, 가까운 동네책방이나 먼 단골책방에 주문을 넣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요즈음은 책 한 권조차 ‘무료배송’을 하지만 ‘부러 찻삯과 품과 겨를을 들여’ 책빛마실을 해 볼 수 있기를 빈다. 왜냐하면, 책방에만 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온갖 책이 어우러진 기운이 있고, 갖가지 책이 골고루 섞인 바람이 분다. 책방으로 찾아가는 동안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살피며 내 두 다리를 느낀다. 책방에 서서 ‘내가 주문한 책’을 찾는 동안 내가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곤 한다. 책방에 찾아가서 ‘내가 주문한 책’뿐 아니라 내가 이제껏 헤아리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책을 만나기도 한다.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을 사려면 책방에 가야 하는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은 책방에서 빛이 나고, 책방에서 빛이 나는 책을 내 가슴에 고이 품으면서 밝은 노래가 흐르는 줄.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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