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상추꽃 책읽기
이웃 할매가 한 포기 건넨 상추를 후박나무 옆에 심었다. 상추포기는 씩씩하게 자라서 잎사귀를 즐겁게 뜯을 수 있었고, 이제 상초포기는 꽃대를 올려 노랗게 꽃을 피웠다. 상추꽃은 노란빛이 꽤 곱다. 그런데, 상추꽃은 피기도 곧 피고 지기도 곧 진다. 호박꽃을 보면 수꽃은 이레 동안 피기도 하지만 암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한나절만에 지기 일쑤이다. 해가 기울어도 어느새 꽃잎을 닫는 상추꽃이요, 바람이 불어도 곧 꽃잎을 앙다무는 상차꽃이다.
꽃을 피우려고 꽃대를 곧게 하나 올린 뒤 여러 갈래로 차츰 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꽃대 하나는 여럿으로 나뉘고, 여러 꽃대는 또 여럿으로 다시 나뉜다. 상추꽃은 이렇게 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상추도 씨앗으로 자란다. 씨앗을 심어야 자란다. 오늘날 사람들이 아주 많이 먹는 상추인데, 한 포기쯤 알뜰히 건사해서 꽃을 보고 씨앗을 받아 다시 심으려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게에서 사다 심는 씨앗이 아닌, 상추가 꽃을 피워서 내놓는 씨앗을 받아서 갈무리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시골마을에서 퍽 예전부터 잇고 잇던 씨앗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두근두근 기다린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