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머금은 탱자잎
비가 온다. 빗줄기는 들과 숲을 적시기도 하면서, 지붕과 길바닥을 때린다. 비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 비가 오는 소리이니 빗소리인데, 빗소리를 한참 듣노라면 노래와 같구나 싶어 비노래(빗노래)라는 낱말이 떠오른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풀잎과 나뭇잎에 내려앉는다. 빗방울은 풀잎이나 나뭇잎에 동글동글 맺힌 채 머문다. 다리를 쉬는 셈일까. 풀잎이나 나뭇잎하고 놀고 싶은 마음일까. 줄기에 뾰족뾰족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는 동글동글 귀엽고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 짙푸르면서 야무지게 생긴 탱자잎에도 빗방울이 앉아서 쉬거나 논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비가 내려 탱자나무도 짙푸르고, 비가 오니 들과 숲이 싱그럽다. 비가 내려 냇물이 흐르고, 비가 오니 우리들은 맛난 물을 기쁘게 떠서 마신다. 비야, 비야 철마다 알맞게 내리면서 온 마을을 예쁘게 적셔 주렴. 4347.7.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