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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양립국 감독, 우한 외 출연 / 에이스필름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로빙화
魯氷花 The Dull-Ice Flower, 1989
영화 〈로빙화〉는 대만 이야기를 보여준다. 대만 시골마을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려 하는 두 아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를 저어 가람을 가로질러야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시골마을 아이들이 마음속에 꽃빛을 담고 꿈을 꾸는 이야기를 밝힌다.
아이들은 ‘화가’가 될 생각이 없다. 아이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어떤 직업인’이 될 생각이 없다. 날마다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를 즐겁게 노래하면서 꿈을 꾸고 싶다. 언제나 새롭게 찾아오는 하루를 기쁘게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하고 싶다.
옆에서 가르쳐 주기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스스로 우러나오는 빛을 그릴 때에 그림이다. 책이나 지식으로 알려주기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스스로 길어올리는 빛을 담을 때에 그림이다.
가난하다는 두 아이네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차밭에 농약을 못 뿌린다’고 걱정한다. 벌레를 잡으려면 농약이 있어야 한단다. 돈 많은 땅임자한테서 돈을 빌려 농약을 뿌릴 적에 환하게 웃는 사람이 바로 가난한 집 아버지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찻잎을 마시는데, 찻잎에 농약을 뿌리면 어찌 될까. 이런 잎사귀를 어떻게 먹겠는가.
예나 이제나 차밭뿐 아니라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 지구별 농업이다. 농약이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사회가 길들인다. 학교는 아이들이 농사꾼이 안 되도록 길들인다. 학교는 도시 아이는 도시에서 지내게 밀어붙이고, 시골 아이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도록 몰아세운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영화 〈로빙화〉에 나오는 작은아이 고아명은 삶빛을 누리기에 삶그림을 그린다. 누나와 아버지하고 지내는 삶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담는다. 아마, 누나 고차매도 삶빛을 그림으로 담을 줄 알 테지. 다만, 시골마을 학교에서 이러한 그림을 알아보는 어른은 없다. 교사도 어버이도 이웃 어른도 안 알아본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 노래가 없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울까. 노래를 담지 못하는 그림은 얼마나 빛이 날까. 노래가 드리우지 않는 학교요 마을이며 살림이라면, 우리한테 어떤 삶이 될까.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