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손길



  알뜰살뜰 쓴 이야기를 차근차근 갈무리해서 책이 태어난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에 아름다운 책으로 엮고, 사랑스러운 빛을 담기에 사랑스러운 책으로 묶는다. 손에 쥐어 읽을 사람을 헤아리며 단단하게 엮는다. 가방에 담고 책꽂이에 꽂을 사람을 생각하며 야무지게 묶는다.


  속을 펼쳐 이야기를 읽을 적에도 즐겁고, 겉을 바라보며 생김새를 살필 적에도 즐겁다. 참 그렇다. 나무를 마주할 적에도, 나무가 보여주는 푸른 빛깔이 즐거울 뿐 아니라, 나무가 맺는 꽃과 열매가 함께 즐겁다.


  책을 묶는 일이란, 나무를 한 그루 심어서 숲을 이루려는 몸짓과 같다.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듯, 책이 모여 책집·책방·책터가 된다. 나무숲이 있듯이 책숲이 있다. 나무숲에서 나무 한 그루 두 그루가 저마다 다른 빛을 한 갈래로 그러모아 빛이 되듯, 책방에서 책 한 권 두 권이 저마다 다른 숨결을 한 타래로 갈무리해서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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