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선물하기


  책을 새로 내놓으면 선물하느라 바쁘다. 먼저, 봉투에 손으로 주소와 이름을 적는다. 책을 봉투에 넣는다. 테이프로 마무리를 지은 뒤, 이 책꾸러미를 우체국까지 자전거로 실어서 나른다. 어제오늘 책꾸러미를 만드느라 부산하다. 부산할 뿐 아니라, 봉투에 주소를 적고 이래저래 테이프로 마감을 하면서 손목이 결리고 허리가 쑤시다. 처음에는 봉투에 주소를 다 적었으나, 이번에 내놓는 책은 일반우편으로 보내기에는 적잖이 걱정스러워 택배로 부치려고 하다 보니, 새 종이(송장)에 주소를 다시 적어서 봉투에 붙여야 한단다. 한 번 적은 주소를 다시 적는다.

  책 하나를 선물하기도 참 만만하지 않다고 깨닫는다. 이틀에 걸쳐 예순 통 즈음 꾸리고는 두 손을 든다. 더 꾸려야 하지만 며칠 쉴까 싶다. 아, 팔이야. 팔이 저려서 저녁밥 지을 적에도 애먹는다. 팔이 저리니 저녁빨래를 하는 동안에도 힘이 자꾸 풀린다.

  믿자. 기다리자. 생각하자. 내 책을 깜짝선물처럼 받으면서 기쁘게 웃을 이웃들을 믿고 기다리며 생각하자. 이번에 선보이는 책뿐 아니라 그동안 선보인 책이 나란히 한껏 사랑받으면서 즐겁게 읽힐 수 있으리라 믿고 기다리며 생각하자. 모두 다 잘 될 테니까.

  참말 어제오늘 자갈밭에서 호미로 돌을 고르면서 두둑을 만드는 마음으로 봉투를 꾸려 책을 부친다. 아쉽다면, 택배회사 일꾼이 오늘은 바빠서 못 오고 이튿날 아침에 온단다. 월요일에 부치고 싶은 책을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못 부치고 수요일에 부치는 셈인데, 수요일에 택배회사에서 책꾸러미를 가져가면 언제쯤 이 책을 이웃들 손에 닿도록 보내 줄까. 금요일이나 토요일까지는 보내 주시겠지?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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