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운 뒤



  아이들을 재운 뒤 기지개를 켠다. 부엌을 살짝 치우고 빨래를 한다. 곁님이 아침부터 집안 구석구석 치우면서 나온 묵은 옷가지가 많아 빨랫감이 많다. 날씨를 보건대 이튿날부터 비가 이어질 듯하기에 오늘 저녁에 이럭저럭 빨래를 하기로 한다. 다친 왼손 둘째손가락은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밴드로 동여매고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왼손 둘째손가락에 물이 들어가는 줄 들여다보려 하는가, 빨래가 잘 되는가를 살피려 하는가, 빨래를 하면서 내 하루를 돌아보려 하는가, 여름 밤에 찬물로 빨래를 하며 시원하다고 느끼려 하는가.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빨래를 한다. 부엌 창가에 작은 빨래대를 세워서 넌다. 마루에도 옷가지를 널고, 아이들이 자는 방에도 옷가지를 넌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고 기지개를 다시 켠다. 온몸이 뻑적지근한가. 온몸이 개운한가. 빨래를 하면서 머리를 감았으니, 머리가 다 마르면 아이들 사이로 파고들어 눕자.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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