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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할머니
베스 크롬스 그림, 필리스 루트 글,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3년 11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4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하셔
― 겨울 할머니
필리스 루트 글
베스 크롬스 그림
강연숙 옮김
느림보 펴냄, 2003.11.28.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사랑하지요. 할머니는 아이를 아끼고, 아이는 할머니를 아낍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할머니이기 앞서 어머니였을 적에 어떠했을까요. 아주 마땅히, 어머니로서 아이를 사랑했겠지요.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듯이, 아이는 어머니를 사랑했겠지요. 그러니, 어머니로서는 이녁이 사랑하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어떠할까요? 이녁 아이한테서 느낀 사랑에서 차츰차츰 자라서 새롭게 무르익는 사랑이 태어나겠지요.
.. 여름 내내 할머니는 깃털을 모아요. 눈처럼 하얗고 달처럼 빛나는 깃털을요 .. (9쪽)
그림책 《겨울 할머니》(느림보,2003)를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필리스 루트 님은 어떤 글로 사랑을 들려주고 싶었을까요. 베스 크롬스 님은 어떤 그림으로 사랑을 밝히고 싶었을까요.
‘겨울 할머니’는 겨울을 부르는 할머니입니다. ‘겨울 할머니’는 아이들한테 겨울을 선물하는 할머니입니다. ‘겨울 할머니’는 아이들을 비롯해서 모든 숲짐승과 숲나무와 숲목숨한테 겨울을 선물하는 할머니입니다.
겨울에는 하얗게 쌓이는 눈과 함께 포근히 쉬도록 이끄는 할머니입니다. 겨울에는 아이들이 눈을 뭉치며 까르르 뛰놀도록 베푸는 할머니입니다. 겨울에는 숲동무 누구나 새근새근 잠들면서 새봄을 기다리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할머니입니다.
.. 할머니가 이불을 털면 아이들은 집 밖으로 뛰어나와요.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차가운 눈송이가 혀에 떨어지기를 기다리지요 .. (14쪽)
‘겨울 할머니’가 있듯이, ‘봄 할머니’가 있습니다. 겨울 할머니가 겨울일을 마치고 새근새근 잠들면서 쉬면, 봄 할머니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씩씩하게 일해요. 봄 할머니가 허리를 토닥이며 잠자리에 쉬러 가면, 여름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서 싱그럽게 노래하면서 새롭게 일합니다. 그리고, 가을 할머니가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할머니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랍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로 자라거나 아버지로 자랍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면서 씩씩한 어른으로 우뚝 섭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되거나 아버지가 되면서 빙그레 웃음짓는 삶노래를 부릅니다.
겨울 할머니는 그저 눈을 베풉니다. 눈을 어떻게 뭉치라고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겨울 할머니는 찬찬히 눈을 선물합니다. 눈놀이를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눈을 받으면서 웃습니다. 아이들은 그예 눈을 맞으면서 하하 호호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눈과 함께 기쁘고, 아이들은 겨우내 볼과 손발이 꽁꽁 얼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 할머니는 깃털 이불을 마지막으로 한 번 턴 뒤, 촛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가요. 그때, 소나무에 있던 바람이 “쉿!” 조용히 하라고 속삭여요 .. (28쪽)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하셔요. 아무것도 내걸지 않으면서 사랑하셔요. 할머니는 이웃을 사랑하셔요. 이래야 사랑하거나 저래야 사랑하지 않아요. 할머니는 누구나 사랑하셔요. 이쪽 나라만 사랑하거나 저쪽 나라는 미워하지 않아요. 할머니는 지구별을 사랑으로 얼싸안으려고 하셔요. 할머니는 총이나 칼을 들지 않아요. 할머니는 전쟁무기나 군대를 몰라요. 할머니는 전투기나 잠수함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할머니는 오직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으로 짓는 삶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부르는 노래를 생각해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아이도 이와 같습니다. 아이들은 손에 손에 즐거운 노래를 꼬옥 쥡니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기쁜 웃음을 맞아들입니다. 아이들은 졸업장이나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얼굴로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