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꽃에 내려앉는 나비
달걀꽃에 나비가 내려앉습니다. 우리 집 풀숲이나 여느 들이나 빈터에서 하얗게 꽃잔치를 이루는 달걀꽃을 물끄러미 바라볼라치면, 언제나 나비가 이곳에서 춤을 춥니다. 오늘날 퍽 많은 사람들은 망초나 개망초라는 풀을 썩 안 좋아할는지 모르지만, 나비는 이를 가리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나비는 달걀꽃을 퍽 좋아합니다. 아니, 나비가 안 좋아하는 꽃이 있겠느냐만, 어느 나비이든 달걀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비가 달걀꽃을 좋아하니 달걀꽃은 꽃가루받이를 한결 잘 할 수 있겠지요. 꽃가루받이를 한결 잘 할 수 있으면 씨앗도 더 널리 퍼뜨릴 테지요.
요즈음 시골에서는 꽃가루받이를 나비나 벌이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요즈음 시골에서는 나비나 벌을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벌레’로 여기지 않습니다. 나비 애벌레가 남새를 갉아먹는다고 하면서 ‘사람한테 도움이 안 되는 벌레’로 여깁니다. 요즈음 시골에서는 농약과 살충제를 써서 ‘남새 아닌 풀’을 죽이고 ‘남새이든 남새 아닌 풀이든 내려앉아 꽃가루를 빨아서 먹는 나비’를 죽입니다.
달걀꽃을 바라봅니다. 예부터 나비는 사람들과 동무였습니다. 아직 애벌레일 적에는 온갖 풀을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살고, 다 큰 어른인 나비가 되면 꽃가루받이를 할 뿐 아니라, 우리 두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에 오랜 동무였습니다. 이제 현대문명 사회에서는 빈터와 풀밭이 사라집니다. 빈터와 풀밭이 사라지니, 애벌레가 갉아먹을 만한 여느 풀잎이 자취를 감추어요. 여느 풀잎이 자취를 감추니, 사람들이 심은 남새 잎사귀만 갉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비가 살아남으려면 빈터와 풀밭이 있어야 합니다. 빈터와 풀밭이 있어야 아이들이 뛰놀 자리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이 나라와 지구별이 싱그럽게 되살아납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이 나라와 지구별이 싱그럽게 되살아나야, 비로소 사랑이 싹터서 자랍니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