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귀나무 씩씩하게
군청에서 골짜기를 왕창 파헤친 지 이태가 된다. 군청에서는 ‘정부가 꾀한 4대강사업’ 가운데 ‘지류사업’으로 돈을 받아서 골짜기 바닥을 헤집은 뒤 바닥에 시멘트를 퍼붓는 끔찍한 막짓을 저질렀다. 이러면서 숲을 더 망가뜨렸고, 나무가 우거진 숲은 몹시 앓아야 했다. 그런데 요즈음 이곳에 새로운 숨결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큰나무가 떨군 씨앗이 하나둘 퍼져 아기나무가 자란다. 곳곳에서 자그맣게 나무싹이 돋고 풀싹이 오른다. 사라졌던 꽃이 다시 핀다. 짓밟혀 죽은 꽃과 나무는 흙에 씨앗을 남겨 새롭게 자라난다.
어린 자귀나무를 알아보고는 몹시 반가워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여기를 봐. 아기나무가 자라는구나. 아기나무 예쁘지?”
어린 자귀나무야, 부디 씩씩하게 자라서 이곳에 다시 푸른 기운이 감돌도록 해 주렴. 앞으로 야무지게 줄기를 올리가 잎을 뻗어 이곳이 다시 새까만 흙빛을 되찾고 푸른 내음이 감도는 숲이 되도록 해 주렴.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