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갓버섯 책읽기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골짝마실을 한다. 골짜기에 닿아 자전거를 세우는데 큰아이가 외친다. “아버지! 저기 버섯이에요!” 응? 어디에? “여기요!” 자전거를 세운 자리 바로 옆에 있다. 자전거 앞바퀴에서 오십 센티미터쯤 떨어진 자리에 버섯이 제법 크게 돋았다. 어떤 버섯일까?


  척 보아도 ‘먹는 버섯’이지 싶다. 한참 두리번거린다. 그래, 뜯자. 버섯이 이곳에 한 송이 돋았으니 다른 곳에서도 자라리라 본다. 차츰차츰 퍼지겠지. 골짜기 안쪽 숲으로 깃들면 그곳에도 이 버섯이 있을 테고.


  큰아이는 버섯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나와 작은아이는 못 알아본 버섯인데. 게다가 자전거를 세운 바로 옆에 있던 버섯인데.


  집으로 돌아와서 이름을 알아보니, 큰아이가 찾은 버섯은 ‘큰갓버섯’이라고 한다. 삼십 센티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단다. 아직 덜 여문 버섯이로구나. 더 여물 버섯이로구나. 그나저나, 곧 여름 물놀이철이 되면 도시에서 이 골짜기로 온갖 사람이 찾아들 텐데, 그네들이 이 버섯을 찾는다면 어찌 되려나. 버섯을 찾는다며 숲을 헤집지는 않을까. 아무쪼록 뜨내기 관광객 눈에는 이 버섯이 눈에 안 뜨이기를 빈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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