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6.26. 큰아이―글판에 그림빛



  큰아이가 글을 익힐 적에 쓰는 글판이 있다. 이 글판은 아버지가 천천히 정갈하게 글씨를 쓴다. 나는 아버지로서 이제껏 살면서 익힌 가장 정갈한 글씨가 되도록 마음을 그러모아 글씨를 쓴다. 살짝 큼직하다 싶은 흰종이를 글판으로 삼아 노래 한 가락을 적었다. 큰아이는 커다란 글판 곳곳에 별을 그리고 갖은 그림을 넣었다. ‘글이 심심하지 않’도록 그림을 넣었을까. ‘글이 예쁘게 빛나’도록 그림을 빚었을까. 한창 글쓰기를 하다가 예전에 그림 집어넣은 글판에 다시금 새 그림을 집어넣는다. 글판에서 물이 묻어 지워진 자리는 연필로 슥슥 덧바르기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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