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짜릿 저리는 글쓰기



  지난해부터 쓰던 글을 마무리짓는다. 글쓰기는 지난해부터 했지만, 이 책을 쓰려고 스무 해 앞서부터 생각했으니, 꽤 오래된 글이라 할 만하다. 글쓰기를 마친 뒤 차근차근 처음부터 되새겨야 하는데, 아버지가 글쓰기 일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때 밥을 챙겨 주지 않았다고 떠올리면서 저녁을 끓인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냄새와 소리를 들으면서 살짝 틈을 낸다. 이러다가 다시 밥을 끓이고, 다시 글을 조금 건드린 뒤, 마저 밥을 차린 뒤 아이들을 부른다. “자, 이제 아버지는 얼른 마무리를 지어서 보내야 할 글이 있어. 이 일을 마치고 우체국에 다녀와야 하니, 너희끼리 먼저 저녁을 먹으렴. 너희가 밥을 다 먹고 나서 아버지도 일을 끝내고 부지런히 다녀오자.”


  오랜 품을 들여서 마무리짓는 글을 짜릿짜릿 저리다. 가슴이 저린다. 손목도 저리고 온몸이 저리다. 이 글은 앞으로 어떤 옷을 입고 이웃들한테 나누어 줄 책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한 시간 뒤에 우체국이 닫으니 더 기운을 내자. 4347.6.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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