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아저씨네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5
게르다 마리 샤이들 지음, 베너뎃 와츠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0



삶을 가꾸는 빛이 되는 말

― 조지 아저씨네 정원

 베너뎃 와츠 그림

 게르다 마리 샤이들 글

 강무홍 옮김

 시공사 펴냄, 1995.12.25.



  전쟁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괴롭힙니다. 전쟁이 사람들을 즐겁게 한 적은 이제껏 한 차례도 없습니다. 어떤 전쟁이든 모든 사람을 괴롭힙니다. 게다가, 군대 장교까지 괴롭히는 전쟁입니다. 군인들도 전쟁 때문에 괴롭습니다. ‘적군’이라는 사람을 총으로 쏘아서 넘어뜨리거나 칼로 베어서 쓰러뜨리더라도 군인은 즐겁지 않습니다. 우리 편이 이기든 지든 군대 장교는 즐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즐거움은 내가 남을 죽이거나 남이 나를 죽일 때에 태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적군으로 삼으면, 너도 나를 적군으로 삼습니다. 내가 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듯이 너도 나를 죽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전쟁입니다.


  무기가 있으면 저쪽이 나를 적군으로 안 삼을까요? 아니에요. 우리한테 무기가 있으니 저쪽은 우리를 적군으로 삼습니다. 그러고는 우리보다 센 무기를 갖추려 해요. 이렇게 되면 우리 쪽에서는 저쪽을 더 적군으로 삼으면서 저쪽보다 더 센 무기를 갖추려 합니다. 이리하여 저쪽은 우리보다 더 센 무기를 갖추려 하기 마련이고, 서로서로 전쟁무기를 갖추는 데에 힘을 쏟다가 그만 펑 터져요. 이것이 전쟁입니다. 전쟁무기를 잔뜩 쌓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써야지요. 적군을 죽이는 훈련을 받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써야지요.


  전쟁무기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전쟁을 벌입니다. 전쟁무기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전쟁이 없는 평화입니다.



.. 꽃과 새와 동물들의 말을 아저씨만큼 잘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딴 사람들은 자동차 엔진이 망가지거나 텔레비전이 고장나는 것은 잘 알아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나 꽃들이 속삭이는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거든 ..  (3쪽)




  국가보안법은 나라를 지키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독재권력을 지킵니다. 국가보안법은 이 나라에 평화가 아닌 전쟁이 감돌게 하면서 사람들을 억누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나라에 전쟁무기가 있다면 국가보안법도 언제까지나 있을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에 전쟁무기가 사라지도록 할 때에 비로소 국가보안법을 없앨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과 함께 국가정보원이라는 데가 있어요. 이곳 또한 평화를 바라지 않아요. 국가정보원은 언제나 전쟁을 바라요. 누군가를 적군으로 삼아야 하는 국가정보원입니다. 적군이 없다면 국가정보원도 국가보안법도 있을 턱이 없습니다. 적군이 있어야 전쟁무기를 만들 수 있고, 전쟁무기 만드는 회사가 돈을 벌며, 전쟁무기 다스리는 군대 장교가 돈을 벌지요.


  거듭 말하자면, 전쟁은 장사입니다. 전쟁무기는 장사꾼 놀음놀이입니다. 사람들이 평화를 잊도록 내모는 장사가 전쟁이요, 사람들이 사랑을 잃도록 몰아세우는 놀음놀이가 전쟁무기입니다.


  지구별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전쟁무기를 만드는 곳마다 전쟁이 있을 뿐입니다. 전쟁무기를 만들지 않는 곳에는 어디에나 평화가 있을 뿐입니다. 전쟁무기가 있으니 평화를 지키지 않아요. 전쟁무기가 있으니 이웃으로 쳐들어가서 식민지로 삼습니다. 일본도 중국도 한국도, 전쟁무기가 많았을 적에는 늘 이웃을 괴롭혔어요. 이웃나라 땅을 빼앗는 전쟁무기입니다. 이웃나라 사람을 죽이거나 노예로 부리려는 전쟁무기입니다.


  그러니까, 전쟁과 전쟁무기란 사람들을 노예로 삼는 연장입니다. 전쟁과 전쟁무기가 있어야 사람들을 들볶거나 괴롭히면서 길들일 수 있습니다. 전쟁과 전쟁무기를 앞세워, 곧 군대와 경찰과 비밀요원을 내세워, 사람들을 늘 두려움에 떨게 하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독재정권이 시키는 짓을 쳇바퀴 돌듯이 하도록 내몹니다.



.. 조지 아저씨가 부지런히 물을 뿌려 주면, 꽃들은 고개를 까딱하며 말했어. “아저씨, 고맙습니다.” 조지 아저씨도 답례로 고개를 끄떡이며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란다” 했지 ..  (6쪽)





  그림책 《조지 아저씨네 정원》(시공사,1995)을 읽습니다. 베너뎃 와츠 님 그림이랑 게르다 마리 샤이들 님 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야기책입니다. 조지 아저씨라는 분은 조그마한 뜰을 가꿉니다. 조그마한 뜰에서 밥을 얻고 삶을 누리며 이야기를 짓습니다.


  아, 이 조그마한 뜰은 바로 숲입니다. ‘집숲’입니다. 집이 되는 숲이요, 집으로 가꾸는 숲입니다. 숲에 깃든 집이 되니, 조지 아저씨는 언제나 사랑 하나만 헤아리면서 즐겁게 웃습니다.


  조지 아저씨는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하고 말을 섞습니다.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는 조지 아저씨한테 말을 겁니다. 조지 아저씨는 늘 빙그레 웃으면서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하고 도란도란 이야기잔치를 누립니다.


  조지 아저씨한테는 총도 칼도 없습니다. 아니, 조지 아저씨는 총도 칼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지 아저씨한테는 오직 하나만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조지 아저씨는 풀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나무와 사랑을 주고받지요. 조지 아저씨는 한결같이 사랑을 담아 벌레와 새하고 어깨동무를 해요.



.. 조금 있다가 달이 떠올랐지. 조지 아저씨는 정원을 거닐며 한숨을 푹 쉬었단다. 딱총나무에 둥지를 튼 나이팅게일이 소리쳤어. “슬퍼하지 마세요! 제가 가장 잘하는 노래를 불러 드릴게요.” 조지 아저씨가 말했지. “그래, 그러렴. 기왕이면 우리 꼬맹이 데이지꽃한테도 들리게 큰 소리로 부르렴.” ..  (12쪽)




  삶을 가꾸는 빛이 되는 말은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나아가는 노래요 웃음이고 이야기입니다.


  삶을 죽이거나 무너뜨리는 어둠이 되는 짓은 전쟁입니다. 전쟁으로 나아가는 전쟁무기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삶을 찾고 싶은가요? 삶을 무너뜨리고 싶은가요? 삶을 가꾸고 싶은가요? 쳇바퀴를 돌듯이 노예처럼 흐르는 하루를 똑같이 되풀이하고 싶은가요?



.. 조지 아저씨는 곧바로 촉촉한 땅에 데이지꽃을 심었어. 데이지꽃은 고맙다는 뜻으로 다시 꽃잎을 활짝 펼쳤지. 아저씨는 데이지꽃의 마음을 알았지. 아저씨는 부드럽게 “이제 푹 자렴.” 하고, 딱총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누웠어 ..  (22쪽)



  그림책 《조지 아저씨네 정원》은 아주 쉽고 보드라운 말씨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꽃하고 말을 섞고 싶으면 꽃을 사랑하면서 꽃이랑 한마음이 되면 너끈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꽃과 노래하고 싶으면 꽃을 바라보면서 꽃하고 한뜻이 되면 넉넉하다는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전쟁을 하고 싶으면 전쟁무기를 만들어야지요. 전쟁을 그치고 싶다면 전쟁무기를 모두 녹여서 호미와 낫과 쟁기로 바꾸어야지요. 전쟁을 하고 싶으면 아이들을 군대에 보내거나 ‘군대 조직과 똑같은 얼거리로 흐르는 제도권 학교와 회사’에 보내야지요. 전쟁을 그치고 평화로운 터전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으면 아이들한테 사랑을 노래하고 꿈을 들려주며 빛을 함께 맞잡는 길로 나아가야지요.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