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꽃 물결


  지난해보다 달걀꽃 물결이 이르다. 달걀꽃이 핀 때도 지난해나 그러께보다 훨씬 이르다. 바람이 가볍게 불어도 찰랑이는 달걀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람이 한 점조차 불지 않아야 꽃물결이 안 일렁이는 달걀꽃잔치를 가만히 바라본다.

  옛날 사람들은 달걀꽃 피는 이 풀을 어떻게 먹었을까. 예전에는 기름이 드물었으니 튀기거나 부쳐서 먹지는 못했을 테고, 절구로 갈아서 풀물을 내어 먹었을까. 풀죽을 쑤어 먹었을까. 달걀과 같은 꽃이 피는 달걀꽃은 줄기와 잎과 뿌리뿐 아니라 꽃송이까지 싱그러운 맛이 흐른다.

  큰아이가 묻는다. “이 꽃은 꽃도 먹어요?” 그럼, 다 먹지. 우리는 민들레잎뿐 아니라 민들레꽃도 먹잖니. 꽃마리나 꽃다지도 꽃송이까지 다 먹고, 봄까지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별꽃이랑 모두 먹어.

  큼큼 냄새를 맡는다. 한껏 무르익는 여름빛이 스며드는 달걀꽃은 우리 몸에 어떤 기운으로 녹아들는지 헤아려 본다. 4347.6.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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