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딘가에 선다. 나는 오늘도 어느 곳엔가 선다. 내가 서는 곳은 시골마을 우리 집일 수 있고, 이웃마을일 수 있으며, 읍내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들길에 설 수 있고, 아이들 손을 잡고 숲길에 설 수 있다. 부엌칼을 들고 도마 앞에 설 수 있고, 붓을 들고 책상맡에 설 수 있다. 호미를 쥐고 밭자락에 설 수 있고, 맨손으로 나무 곁에 설 수 있다. 아름다운 곁님과 함께 바닷가에 설 수 있고, 빙그레 노래하면서 동무들과 너른 마당에 설 수 있다. 어디에 서려는가. 어디에 서면 즐거운가. 이야기책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는 방송피디 일을 하는 최승호 님이 ‘스스로 어느 자리에 서면서 어떤 말을 할 때에 스스로 아름다운 빛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삶을 보여준다. 어느 자리에 서서 촬영기를 돌리겠는가? 어느 자리에 서서 누구를 만나겠는가? 어느 자리에서 서서 어떤 밥을 먹겠는가? 어느 자리에 서서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을 물려주려는가? 길은 늘 누구한테나 하나이다. 아름다운 길과 안 아름다운 길이다. 사랑스러운 길과 안 사랑스러운 길이다. 4347.6.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