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두 권
기차에서 책을 읽는다. 두 아이는 서로 얼크러져 논다. 노래도 부르고 복닥거린다. 나는 가만히 이야기로 스며든다. 책 하나에는 어떤 숨결이 깃들었을까. 문득문득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 눈짓과 몸짓과 말짓은 늘 책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뛰노는 책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사람은 하루 사이에도 책을 수십 권 읽는다. 아니 백과사전을 읽는다고 할 만하다.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배고프지 않을 뿐더러 심심하지 않다. 아이와 지내느라 종이책을 쥐기 빠듯하지만, 종이책에 담지 못할 만큼 넓고 깊은 책을 읽으니 이 즐거움을 늘 곱씹으며 생각에 젖곤 한다.
산문책 하나 마치고 시집 하나 마친다. 아이들 책을 잇달아 읽는다. 언제나 빛이요 노래인 고운 책을 마음에 갈무리한다. 곧 순천에 닿겠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