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쥐지 못하는 책
작은아이가 무릎에서 잠들고 큰아이가 어깨에 기대어 잠들면, 두 아이를 두 손을 써서 받치거나 쓰다듬는다. 이동안 내 손에는 책을 쥘 수 없다. 작은아이와 한손을 잡고 큰아이와 다른 한손을 잡고 거니는 동안 내 손에 책을 쥘 수 없다.
바깥마실을 하며 전철로 움직인다. 전철에서 자리를 얻거나 자리를 못 얻거나, 가방에서 책을 꺼내지 못한다. 그러면, 언제 책을 꺼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혼자 다닐 적에 책을 꺼낼 수 있겠지. 아이들이 더 자라 전철에서 홀로 얌전히 있을 때에 비로소 책을 꺼낼 수 있겠지.
서울 시내를 빙글빙글 도는 전철을 탄다. 참 많은 사람들이 손전화를 손에 쥐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손에 책을 쥔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전철을 탄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손전화를 손에 쥐는데,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아주 어렵다.
어느 때에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읽는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책을 읽는 사람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까. 책을 읽기 벅차다고 느끼는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지어서 어떤 빛을 가슴에 담을까.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