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달리기


  인천에 있는 형네 집으로 가는 길에 맥주를 두 병 사고, 아이들 과자를 두 봉지 샀다. 아이들은 몸을 씻고 나서 이렇게 놀고 저렇게 놀다가 곯아떨어졌다. 나는 형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술이 떨어져서 내가 술을 사러 나왔다. 형은 이 둘레에 편의점이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동안 골목마실을 하며 본 가게를 되새기며 터벅터벅 골목을 달린다. 내가 마음으로 찍어 둔 가게마다 문을 닫았다. 아직 밤 열두 시가 아니지만, 골목동네 작은 가게는 저녁 열 시나 열한 시 즈음이면 닫는다. 그나마 시골이라면 열 시까지도 안 열지.

  아파트와 가까운 데로 가야겠다 생각하며 커다란 아파트가 늘어선 데로 달려가니 가게 한 곳이 문을 막 닫으려다가 나를 보고 기다린다. 보리술 깡통을 네 개 고르고 값을 치른다. 다시 형네 집으로 달린다.

  형은 고단하다면서 몇 모금 홀짝이다가 쓰러진다. 우리 아이들은 일찍 곯아떨어졌다. 나도 일찍 자야겠지. 그래야 아이들과 아침부터 함께 놀 테지. 그런데, 좀처럼 잠이 오지는 않는다. 한밤에 골목을 오랜만에 달리고 보니, 예전에 아이들도 없고 곁님도 없이 이 동네에서 혼자 살던 때 일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내가 참된 나일까 하고 돌아본다. 나는 어떤 삶을 지을 때에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되새긴다. 모로 누워 곯아떨어진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민다. 창가에 쓰러진 형 배와 등을 살살 쓰다듬어 본다. 아름답게 빛나기에 삶일 테지. 사랑스레 다시 찾아오기에 삶일 테지.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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