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골집 물



  바깥마실을 나오면 언제나 한 가지를 느낀다. ‘우리 시골집 물’이 참 맛있구나 하고. 우리 시골집에서는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일 텐데, 정갈한 이웃 시골에 마실을 간다면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는데, 정갈한 이웃 시골이 아닌 도시로 바깥마실을 가면 ‘흐르는 물’은 도무지 마실 수 없다.


  도시에서 여러 날 지내면 ‘흐르는 물’이 없으니 아찔하다. 그러나, 도시에서 어느 누구도 ‘흐르는 물’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모두들 수도물을 마시거나 정수기 물을 마시거나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신다. 우리 몸을 크게 이루는 것은 ‘물’이지만 정작 사람들 스스로 물을 느끼거나 깨닫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몸을 크게 이루는 물은 ‘바람(공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또한 느끼거나 깨닫는 도시사람이 몹시 드물다. 어쩌면 아예 없다시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사람들이 거의 다 시골 아닌 도시에 살기 때문이다. 물과 바람이 우리 몸에 아주 큰 줄 안다면 섣불리 도시에서 살 생각은 안 하리라 느낀다.


  정갈한 물과 바람을 누리지 않는 삶이라면, 정갈한 햇볕을 누리지 않는 삶이요, 정갈한 풀과 나무와 숲을 누리지 않는 삶이다. 도시에도 나무가 군데군데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뿐이다. 도시에는 풀이 풀답게 자랄 수 없고, 풀이 풀답게 못 자라도록 무섭게 짓밟는다.


  어떤 물과 바람과 볕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가 하고 낱낱이 헤아려 본다. 나는 스스로 내 몸을 어떻게 건사하면서 이곳에서 삶을 지으려 하는지 돌아본다. 이웃들과 어떤 눈빛으로 어울리려 하는지 생각한다. 나도 ‘흐르는 물’을 마시면서 삶을 즐기고 싶으며, 내 이웃도 ‘흐르는 물’을 마시면서 삶을 빛낼 수 있기를 빈다. 4347.6.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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