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서 본 사람
읍내 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밖으로 나와 햇볕 드는 곳에 선다. 아이들은 복닥이면서 놀고, 나는 가만히 서서 아이들을 본다. 이때 택시 일꾼 한 분이 다가와 내 이름을 묻는다. 텔레비전서 우리 식구를 보셨단다. 그렇구나. 여수문화방송서 취재한 적 있지. 그러나 내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방송취재로 무엇을 알리거나 나눌 만할까. 내가 쓴 책을 읽으셨다면 무언가 나눌 이야기가 있을 텐데 말이지. 왜냐하면 나는 글을 써서 책을 내놓는 일을 하니 나와 말을 섞으려면 먼저 책을 읽어 주어야지 싶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시골사람과 사귀며 얘기하자면 시골을 알려고 애쓰거나 풀과 숲을 헤아려야지. 흙을 만지거나 읽을 줄 알아야지.
빙그레 웃으며 인사하고 나서 더 나눌 말이 없다. 나도 똑같다. 내가 누군가를 이웃으로 사귀거나 말을 붙이려면, 내가 이녁을 깊이 헤아리거나 이녁이 하는 일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4347.6.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