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쓴 정세기 님


  동시집 《해님이 누고 간 똥》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쉽다고 느꼈다. 조금 더 어린이 눈길을 살피거나 헤아린다면 한결 아름답게 빛났을 텐데 하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알았는데 이 동시집을 쓴 정세기 님은 이 동시집을 내놓을 적에 뇌종양으로 몹시 아픈 몸이었단다. 손으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입으로 읊어 옆에서 받아적었다고 한다. 동시집이 나오고 나서 몇 달 뒤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첫 동시집이 나오고 나서 꾸준히 동시를 생각하고 새롭게 쓰다 보면, 둘째 동시집이나 셋째 동시집이 얼마나 곱게 피어날까 싶었는데, 그만 첫 동시집이 마지막 동시집이 되었다.

  책상맡에 정세기 님 동시집을 한참 올려두었다.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 삶자락을 동시를 생각하면서 보낸 셈이지 않은가. 어떤 넋이 손을 잡아서 이끌었기에 이분은 동시를 썼을까. 더군다나 손으로 쓸 수 없는 글을 입으로 읊으면서 내놓았을까.

  시골 군내버스가 지나간다. 마을 어귀로 군내버스가 지나가면서 부릉 소리를 낸다. 처마 밑에서는 새벽부터 새끼 제비가 재재재 노래를 하면서 어미더러 어서 밥 달라 말하고, 어미 제비는 알았다면서 새벽부터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부산하다. 어젯밤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별도 달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구름이 걷히면서 해를 볼 수 있을까. 4347.6.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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