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0] 천바구니 (천가방)
내 가방에는 언제나 천바구니(또는 천가방)가 여럿 있습니다. 자전거로 마실을 다닐 적에도 천바구니를 늘 챙깁니다. 비닐봉지를 쓰고 싶지 않을 뿐더러, 어쩔 수 없이 받는 비닐봉지조차 너무 많이 쌓이니, 천으로 된 바구니나 가방을 씁니다. 지구별을 생각하거나 환경을 헤아린다는 대단한 마음까지는 아닙니다. 천바구니가 훨씬 많이 담고 튼튼하며 들기에 낫습니다. 옷이든 책이든 먹을거리이든 비닐봉지에 담고 싶지 않아요. 보드라운 천으로 짠 바구니나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우리 식구 둘레에도 천바구니나 천가방을 챙기는 이웃이 많습니다. 우리 이웃은 언제나 ‘천바구니’나 ‘천가방’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이름을 안 쓰고 ‘에코백(ECO-BAG)’이라는 영어를 쓰는 이웃이 늘어납니다. 요새는 ‘에코백’이라는 이름이 아니면 못 알아듣는 이웃마저 있고, 백화점이든 누리책방이든 온통 ‘에코백’이라고만 말합니다. 앞으로는 ‘환경책’이라는 말조차 없애고 ‘에코북’이라 하겠구나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그리 지구별을 사랑하지 않는 곳에서까지 무턱대고 ‘에코’를 앞세웁니다. 그렇잖아요. 이 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사랑과 꿈이라면 ‘에코’가 아닌 ‘푸른 별’을 아끼려는 넋을 담는 말이어야 맞잖아요.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