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를 먹을 때
뽕나무에 잎이 돋으면 진딧물과 온갖 벌레가 모여든다. 뽕잎이 맛있는 줄 아는가 보다. 뽕나무에 꽃이 피면 또 진딧물과 숱한 벌레가 달려든다. 뽕꽃이 맛나는 줄 아는구나 싶다. 뽕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새삼스레 진딧물이랑 엄청난 벌레가 붙는다. 오디가 얼마나 달달하게 좋은 맛인가 알지 싶다.
오디를 맛보려면 수많은 벌레와 다투어야 한다. 또는 벌레가 맛나게 먹고 남긴 열매를 기다리면 된다. 커다란 뽕나무에 몇 안 남은 오디를 훑는다. 작은아이는 작은 통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오디를 하나씩 훑어서 통에 넣으면, 작은아이는 얼른 집어서 먹는다. 몇 알 없으니 누나랑 어머니하고 나누어 먹자고 하기도 힘들지만, 한 알씩이라도 나누어 먹으면 좋겠는데, 작은아이가 몽땅 먹는다.
우리가 오디를 넉넉하게 먹으려면 뽕나무가 몇 그루쯤 있어야 할까. 또는 뽕나무 둘레에 어떤 이웃나무가 있어야 할까. 또는 뽕나무 곁에 어떤 이웃풀이 자라야 할까. 자그마한 오디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긴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