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가 게우다



  네 식구 먹을 풀물을 짜려고 여러 가지 풀을 뜯는다. 보들보들한 나뭇잎도 뜯고, 이름을 아는 풀과 이름을 모르는 풀을 골고루 뜯는다. 이름을 모르는 풀은 먼저 한두 잎을 뜯어서 천천히 씹은 뒤에 생각한다. 오늘은 이름을 잘 모르는 풀 한 가지를 뜯다가, 막 돋으려는 어린 꽃으로 보건대 ‘자리공’이지 싶은 잎사귀를 몇 섞어서 풀물을 짰다. 날잎으로 먹을 적에는 끝맛이 살짝 시큼하다 싶었으나 이만 하면 먹을 만하다. 풀물로 짜면, 다른 풀과 섞어서 먹으면 어떠할까 궁금했다.


  풀물을 마실 때에는 좋았다. 그런데 세 시간쯤 지난 뒤 아이들도 곁님도 게우고, 나도 게운다. 무엇을 먹든 게우는 일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새롭게 먹은 자리공잎이 속을 건드려 게웠구나 싶다(내가 뜯은 풀이 자리공잎이 맞다면).


  풀물을 마실 적에는 소금을 함께 먹어야 한다고 곁님이 말한다. 그렇지. 그랬지. 예전에 풀물을 마실 적에 소금을 늘 함께 먹었는데, 한동안 안 먹다가 다시 먹으면서 미처 이 대목을 헤아리지 못했다. 젓가락나물을 먹을 적에도, 하늘타리나 무화과잎을 먹을 적에도, 멸나물잎을 먹을 적에도 없던 비릿함이 올라와 네 식구가 속을 게우니, 넷 모두 고단하다. 큰아이는 씻는방과 마당으로 가서 게웠으나, 작은아이는 이부자리에서 게우느라 베개와 깔개와 이불을 버린다. 작은아이로서는 속에서 올라올 적에 살짝 참았다가 밖에서 게우기 쉽지 않았으리라 느낀다.


  밤 한 시에 작은아이가 문득 일어난다. “나 물 마실래.” 하고 말한다. 이제 속이 가라앉았니? 물을 들이켠 작은아이더러 쉬를 누라 하고는 눕힌다. 보름달이 밝다. 개구리 노래가 그윽하다. 게울 적에 얼마나 띵하고 속이 쓰린지 새삼스레 느낀다. 이런 일을 자주 치르는 곁님은 여느 때에도 얼마나 띵하며 속이 쓰릴까. 나는 게우고 물똥을 누는데, 위아래로 이것저것 내보내니 속이 차분하다. 다 뜻이 있다고 느낀다. 센 풀을 받아들여 몸속에 있던 궂은 것이 제법 밖으로 나왔지 싶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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