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잠든 아이를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으레 두 아이가 잠든다. 신나게 뛰놀고 나서 버스에 타고는 가만히 앉으려니 졸음이 몰리겠지. 아이들은 동백마을 어귀에서 내릴 때까지 좀처럼 잠에서 안 깬다. 안아서 버스를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도 잘 안 깬다. 그러나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와서 마당을 가로질러 신을 벗기고는 마루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설 무렵 으레 잠을 깬다. 자리에 눕히고 나서 한두 시간 길게 곯아떨어지는 일은 어쩌다 한두 차례쯤 있다. 그저 집에 오기만 해도 기운이 새로 솟을까. 그예 집에 왔기에 다시금 기운을 차려 씩씩하게 뛰놀 수 있을까.


  아이들 옷가지와 양말을 빨래한다. 곁님 옷가지도 빨래한다.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려고 하는데 빗물이 듣는다. 그래도 모르는 척하고 빨래를 넌다. 비가 그치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조금 뒤 빗줄기가 굵어진다. 부랴부랴 빨래를 걷는다. 집안에 빨래를 옮기고, 다 마른 옷가지를 차곡차곡 갠다. 비야 비야 조금 더 오고 이따가 멎어 주렴. 우리 네 식구 풀물을 짜서 먹을 수 있도록 풀을 뜯게 말야.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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