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비 소리


  새벽에 빗방울이 듣는다.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를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살핀다. 섬돌 둘레에 어지럽게 널린 신을 추스른다. 신을 가지런히 놓아도 아이들은 으레 벗고 신고 하면서 흐트려 놓는다. 신에 빗물이 튀지 않도록 안쪽으로 들인다. 이불널개를 처마 밑으로 옮긴다. 빨랫대는 마당에 그대로 둔다. 비가 어느 만큼 올까. 요즈막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 없다. 구름이 몹시 짙다. 구름은 짙으나 비는 없다. 이런 날씨는 아주 안 좋다. 비가 오든지 구름이 걷히든지 해야 한다. 비가 올 때에는 시원하게 내린 뒤,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에는 따사롭게 내리쬐어야 들과 숲이 푸르게 빛난다. 어중간하게 흐린 날씨가 자꾸 이어지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못한다. 볕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사람도 볕이 모자라면 힘을 잃고, 살림살이도 볕을 덜 누리면 곰팡이가 핀다. 어떤 목숨이든 해와 비와 바람과 흙과 풀과 나무를 골고루 누려야 제대로 산다. 부디 오늘은 비가 시원하게 내린 뒤, 구름이 걷혀 해가 나기를 빈다. 그러나 새벽비는 새벽 네 시에 살짝 찾아오다가 그치고, 다섯 시 반부터 빗줄기는 더 듣지 않는다. 4347.6.11.나무.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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