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가 미끄럼틀에서 똥을 쌀 적에



  바다에서 신나게 놀면서 낮잠을 거른 네살배기 산들보라가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만 똥을 바지에 싼다. 그런데 마침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다 보니 똥이 그대로 흘러서 미끄럼틀에 쏟아진다. 작은아이는 똥을 가린 지 꽤 되었으나, 몸이 많이 고단한지 어제는 똥을 못 가리고 만다.


  아이 밑을 씻기고 미끄럼틀을 치워야겠는데,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바깥물꼭지에서 물이 안 나온다. 왜 안 나올까. 왜 물꼭지를 바깥에 두고 물이 안 나오게 막았을까. 초등학교 옆에 면사무소가 있다. 면사무소 뒷간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는 저녁 여섯 시가 넘었기에 문을 닫아 들어갈 수 없지만, 면사무소에는 갈 수 있다. 면사무소로 가다가 길가에 버려진 물병을 본다. 돌아오는 길에 가져가서 미끄럼틀을 닦으면 되겠네.


  면사무소 뒷간에서 작은아이 고추와 똥꼬와 허벅지를 씻긴다. 손닦개로 물기를 훔친다. 똥범벅 바지는 똥 기운만 헹구어서 빼낸다. 초등학교 놀이터로 돌아가는데, 일곱살배기 사름벼리도 똥이 마렵다면서 어머니하고 면사무소 뒷간으로 오는 길이다. 이동안 곁님이 미끄럼틀 똥을 치웠단다.


  작은아이가 똥을 누니 큰아이도 똥을 눈다. 거꾸로, 집에서도 큰아이도 똥이 마렵다면서 똥을 누면 작은아이도 똥을 누겠다고 달라붙으며, 참말 작은아이도 똥을 눈다. 두 아이는 함께 똥을 누고 오줌을 눈다. 두 아이는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난다. 두 아이는 함께 놀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자란다. 4347.6.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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