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을 읽는다



  아이들과 그림놀이를 하면서 문득 생각한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그림을 가르치는가? 어버이가 그동안 배운 것을 아이한테 물려주는가?


  곰곰이 돌아보면, 아이한테 그림을 가르친다거나 지식을 물려준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이하고 빛깔을 살피거나 빛을 헤아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빛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고 흰종이에 하나씩 무늬와 빛깔을 입힐 적마다,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연다고 느낀다.


  아이가 즐기는 빛깔은 무엇일까. 내가 즐기는 빛깔은 무엇일까. 아이가 바라는 빛깔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내가 바라는 빛깔은 어떻게 그리는가.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못 그리지 않는다. 나는 늘 나 스스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아이 또한 아이 스스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아이와 나는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다. 아이와 나는 늘 마음속 꿈과 사랑을 빛깔로 옮긴다.


  그림놀이는 아이만 할 일이 아니로구나 싶다. 어른도 그림놀이를 즐기면서, 이녁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꿈을 빛으로 옮길 때에 노래가 흐른다고 깨닫는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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