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가 바이올린 켤 적에


  누나 먼저 동생 먼저 할 것 없이 바이올린을 꺼낸다. 서로 똑같이 바이올린을 꺼낸다. 네 살 아이는 누구한테서 바이올린을 배울까. 아직 손끝으로 바이올린 줄을 누를 만한 길이나 힘이 안 되기에, 그저 한손으로 바이올린 목을 쥐고는 활만 슥슥 삭삭 켠다. 그런데, 네 살 산들보라는 많이 해 본 솜씨라는듯이 바이올린 활을 놀린다. 어쩌면 산들보라는 예전에 바이올린꾼으로 노래를 나누어 주던 사람으로 살다가 우리한테 왔는지 모른다. 처음 활을 켜면서 줄을 한 가닥 두 가닥 끊는다. 괜찮아, 괜찮아, 다 끊어도 돼. 네 마음으로 와닿는 소리를 듣고, 네 온몸으로 퍼지는 노래를 들어 보렴.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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