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안경



  안경을 쓴다. 잔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쓴다. 책방지기 할배와 할매 모두 잔글씨를 보려 할 적에는 돋보기 안경을 쓴다. 잔글씨를 보기 어려운 만큼 책을 펼쳐 읽기에도 어렵다고 할 만하다. 그렇지만, 책방을 찾는 손님이 바랄 만한 책을 하나둘 건사해서 책시렁에 둔다.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나오고 새로 나오는 책들 가운데 책손한테 기쁨과 웃음과 보람을 베풀면서 책방살림 꾸릴 돈을 벌도록 해 줄 책을 고른다.


  책방지기가 돋보기 안경을 쓸 무렵, 책방을 오래도록 찾던 책손도 안경을 쓴다. 안경 없이 척척 책을 알아보아 갖추던 책방지기도, 안경 없이 척척 책을 골라내어 읽던 책손도, 다 같이 안경을 쓰고 새롭게 만난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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