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산들보라 첫 머리깎기



  네살배기 산들보라가 처음으로 머리를 깎는다.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는 어떤 느낌일까? 나는 산들보라 몸짓과 눈길과 얼굴빛을 가만히 살펴본다. 산들보라는 머리를 깎는 내내 움직이지 않는다. 곧잘 빙그레 웃고, 가끔 뚱한 모습이다가, 이내 모두 잊은 느낌이다.


  보라네 누나인 사름벼리는 몇 살에 처음으로 머리를 깎았더라? 다섯 살 적에는 틀림없이 한 번 깎았는데, 이에 앞서 한 번 깎았는지 안 깎았는지 헷갈린다. 아무래도 한 번 더 깎은 적 있지 싶다. 그런데, 사름벼리 누나는 머리를 깎을 적에 몸이 잔뜩 얼어붙었다.


  곰곰이 돌아보면, 사름벼리가 머리를 깎도록 할 적에 곁님과 내가 제대로 마음을 추슬러 주거나 이끌지 못했다. 산들보라와 머리를 깎으러 마실을 할 적에는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아이도 이러한 기운을 잘 알고 느끼겠지. 사름벼리 머리를 깎을 적에는 나도 좀 굳은 몸짓이었다면, 산들보라 머리를 깎을 적에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빙그레 웃는 몸짓이 된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