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은 책이다. 밥을 지어 차리는 사람 숨결이 깃든 책이다. 밥이 될 쌀을 빻고 까부르는 사람 손길이 깃든 책이다. 밥이 되어 주는 쌀로 자라도록 볍씨를 심고 돌보아 이삭이 패고 알이 여물기를 기다려 알뜰히 베어 햇볕에 말린 사람 사랑이 깃든 책이다. 그리고, 밥그릇은 누가 지었는가? 밥그릇을 놓는 밥상은 누가 지었는가? 밥그릇에 담은 밥을 푸는 수저는 누가 지었는가? 가만히 헤아려 보면, 옛날에는 집집마다 밥그릇도 밥도 밥상도 수저도 손수 지어서 썼다. 오늘날에는 집집마다 밥그릇도 밥도 밥상도 수저도 손수 짓지 않는다. 옛날에는 모든 집에 모든 책이 다 있었고, 오늘날에는 모든 집에 아무 책이 없다고 할 만하다. 밥그릇은 책이니까.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