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5] 길찾기



  네 식구가 함께 택시를 타고 경기도 일산에서 움직입니다. 나는 작은아이를 안고 앞자리에 앉습니다. 문득 내 눈에 한 가지가 들어옵니다. 어라, 택시에 붙은 ‘네비게이션’ 기계에 한글로 ‘내비’라 적혔네? 피식 웃습니다. 빙그레 웃습니다. 큼큼 재채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고른 뒤, 택시 일꾼 아저씨를 부릅니다. 택시 일꾼 아저씨하고 ‘네비게이션’과 ‘내비’ 이야기를 나눕니다. 택시 일꾼 아저씨는 ‘네비’인지 ‘내비’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ㅓ’인지 ‘ㅐ’인지 모를 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네비’게이션 기계에 적힌 ‘내비’라는 낱말이 틀린 줄 느끼지 않은 셈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그러게요. 처음부터 ‘길찾기’라고 하면 이렇게 ㅓ와 ㅐ를 틀리지도 않고, 더 알아듣기 좋았을 텐데요.” 택시 일꾼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서 “그래, ‘길찾기’라고 하니까 바로 알겠네요. 그 말 좋네.” 합니다. 우리는 왜 ‘길찾기’로 나아가지 못할까요. 왜 한국말사전에 아직 ‘길찾기’라는 낱말을 안 실을까요.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