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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곰 코듀로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7
돈 프리먼 지음,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6
여기에 네 책이 있단다
― 꼬마 곰 코듀로이
돈 프리먼 글·그림
조은수 옮김
비룡소 펴냄, 1996.7.10.
책방마실을 하면서 그림책 《꼬마 곰 코듀로이》(비룡소,1996)를 보았을 적에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 집 네 살 작은아이한테 주어야겠구나.
책방에서 책값을 셈할 무렵, 네 살 작은아이는 까무룩 잠듭니다. 나는 작은아이를 왼어깨에 살포시 안습니다. 그러고는 책꾸러미를 한손으로 들고,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 뒤를 잘 따라오라고 불렀습니다.
잠든 작은아이를 안은 채 문방구에 갑니다. 문방구에 가서 두 아이가 쓸 필통을 장만하고, 새 연필을 고릅니다. 작은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습니다. 작은아이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택시를 잡습니다. 두 아이와 택시에 오르고, 대화역 앞에 있는 아이들 이모네 집으로 찾아갑니다.
.. 날마다 코듀로이는 다른 인형들과 함께, 누군가가 자기에게 다가와 집에 데려가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 (3쪽)
아이들 이모네 집에 작은아이를 눕히고 큰아이를 재우려 했으나, 작은아이는 잠에서 깨고, 큰아이도 더 놀려 합니다. 그렇구나, 너희들 마음은 그렇구나. 두 아이 옷을 벗겨 씻깁니다. 노느라 흠뻑 흘린 땀을 따스한 물로 씻기고, 머리를 감깁니다. 이제 아이들은 개운한 몸이 됩니다. 너희들 몸이 개운하지 않아서 잠을 못 잤느냐?
잠에서 깬 작은아이는 ‘제 책’을 달라고 말합니다. 응, 네 그림책 줄게. 자, 여기에 네 책 《꼬마 곰 코듀로이》가 있어. 작은아이는 아버지한테서 빨간 빛깔 감도는 그림책을 받습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글을 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읽습니다. 책겉에 있는 곰인형 그림을 짚으면서 “곰인형이야!”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곳에 곰인형이 있구나.
.. 어느 날 아침, 웬 여자아이가 멈춰 서더니 코듀로이의 반짝이는 눈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 (5쪽)
곰인형을 본 아이는 곰인형을 마음에 담습니다. 곰인형을 느낀 아이는 곰인형한테 마음을 건넵니다. 둘은 한마음이 되고, 둘은 한식구가 되며, 둘은 한빛이 됩니다.
얼마나 즐거울까요. 얼마나 환할까요. 마음에 둔 곰인형을 품에 안은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곰인형을 바라본 아이는 다른 것을 보지 않습니다. 곰인형과 속삭이는 아이는 다른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곰인형이랑 노는 아이는 다른 놀이나 사건이나 사고나 불행이나 행복이나 근심이나 시름이나 텔레비전이나 영화 따위를 하나도 떠올리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를 바라보고, 오로지 하나를 느끼며, 오롯이 하나를 보고 또 봅니다.
.. “난 리자야. 넌 내 곰 인형이 될 거야. 어젯밤에 돼지 저금통에 든 돈을 세어 보았어. 엄마가 널 데려와도 좋다고 하셨어.” 여자아이가 말했어요 .. (25쪽)
그림책 《꼬마 곰 코듀로이》는 어떤 책일까요. 여기에 네 책이 있다고 부르는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어떤 노래가 될까요.
아이들은 모두 안다고 느껴요. 곰인형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곰인형은 ‘마음’으로 사귑니다. 곰인형은 ‘물건’으로 간수할 수 없어요. 곰인형은 ‘벗님’이 되어 내 곁에 있어요.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