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4] 고양이밥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고양이한테 고양이밥을 줍니다. 예부터 집집마다 소와 함께 살았기에 ‘소밥’인 ‘소먹이’를 마련했습니다. 돼지는 돼지밥을 먹고, 닭은 닭밥인 닭모이를 먹지요. 바다에서 사는 고래라면 고래밥을 먹어요. 고래처럼 커다란 몸이 아닌 작은 새우라면 새우밥을 먹어요. 풀을 뜯는 염소는 염소밥을 먹고, 노루는 노루밥을 먹어요. 개가 먹는 밥은 개밥이고, 사람이 먹는 밥은 사람밥입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시골에서 멀어지고 도시로 떠나, 밥을 손수 심거나 길러서 먹지 않다 보니, 시골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짐승을 공장과 같은 곳에 잔뜩 가두어서 길러요. 풀 먹는 소한테 풀을 주지 못합니다. 좁은 곳에 수백 수천 마리를 가두어서 기르니, 이 소가 먹을 풀을 마련할 수 없어요. 이제 소는 사료를 먹습니다. 풀이 아닌 사료를 먹어요. 돼지도 닭도 사료만 먹어요. 다시 말하자면 사료를 먹어 온몸이 사료덩이가 된 소와 돼지와 닭을 사람들이 먹는 셈이고, 사료덩이인 소와 돼지와 닭을 먹기에, 사람은 스스로 ‘사료를 만들어 사료를 먹는’ 삶을 누립니다. 4347.6.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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